전시서문 Exhibition Foreword
최정아갤러리(서울 종로구)는 모란과 하트로 잘 알려진 작가 김용철의 개인전 《Blooming Words & Molan》을 오는 4월 9일부터 5월 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의 주요 변화 속에서도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구축해 온 김용철 작가의 다채로운 표현 방식의 변화 과정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이다.
《Blooming Words & Molan》은 김용철 작가의 회화 작품을 통해 한국의 자연과 민속적 도상, 하트와 같은 대중적 기호들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들을 십 여 점 선보인다. 특히 1980년대 초, 하드보드지 위에 억압된 심정을 격렬하게 드러낸 ‘말풍선’ 드로잉 여러 개와 두 개의 대형 말풍선을 화면 가득 채운 대형 걸개 작품 <서울 1983 말풍선>(1983), 그리고 ‘하루하루’, ‘우리 다 함께’와 같은 개개인의 평화와 꾸준한 삶을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대형 신작 <서울 2025 말풍선>(2025)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가 직접 찍은 풍경과 아이패드 드로잉을 결합한 ‘디지털 포토-페인팅’ 세 점, 강렬한 채도의 메탈안료와 아크릴물감으로 ‘늘’, ‘좋아요’ 와 같은 정감 있는 우리 글자를 그려 낸 작은 작품들이 한 공간에 전시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관객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김용철의 독자적인 회화 기법의 변모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용철은 대중문화와 민속적 전통을 현대적 시각으로 혼합하여 희망, 사랑, 화합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그의 작품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일상적이고 편안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다원적 회화 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특히, 모란과 산수와 같은 토속적인 소재와 하트, 말풍선 등 대중문화의 모티브를 조화롭게 구성한 작품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감각을 담고 있다. <우리 다 함께 모란>(2024)는 화면을 위 아래로 분절 시킨 후 아래에는 모란을, 위에는 커다란 바위 혹은 산의 형태에 맞춰 “우리 다 함께”, “늘” 을 배치했다. 커다란 산수와 어우러지는 손 글씨는 신작<너가 있어 내가 있다>(2025)에서도 보여진다. 이는 아프리카의 인사말인 ‘우분투’에서 착안해 온 것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인사말은 사람 사이의 헌신과 존중을 의미하며, 혼자만 행복해질 수 없다는 작가의 재치 있는 삶의 철학이 엿보인다.
<용왕산 해맞이#1>은 작가가 직접 동해바다와 숲에서 찍은 풍경을 변형하고, 그 위에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더해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디지털 포토 페인팅’ 작품이다. 이는 1970년대 군사정권 하에서 억압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던 작가가 시도했던 포토-페인팅 연작과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재료 실험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당시 텔레비전이나 말풍선 같은 직접적인 요소로 사회적 억압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풍경사진 위에 드로잉을 더해 자연을 주제로 한 평화롭고 조화로운 화면을 선보인다. 새, 꽃, 나무 등 자연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평온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소박한 일상 속 경이로움을 재현하고 하늘의 따스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억눌린 감정을 내포했던 이전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가 삶을 유연하게 포용하며 개인의 행복을 향한 평온한 세계로 몰입했음을 보여준다.
김용철의 작품은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동시에, 글로벌한 시각에서 한국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한다.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경제적, 정치적 변화와 함께 그의 작품은 더욱 화려하고 기호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그는 ‘Made in Korea’라는 자부심을 근원으로 한국 사회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한국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글로벌 문화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김용철의 작품은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시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2025), <좋아요>(2024)와 같은 작품들은 한글을 반짝이는 메탈 안료와 화려하고 두터운 아크릴 물감으로 유쾌하게 표현하여, 그의 낙관적 작품 세계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하트와 점무늬 같은 개성적인 만화적 기호들은 생동감 있는 재료들과 결합되어 더욱 보는 즐거움을 준다.
“80년대 초반에 들어서 변화를 가져왔다. 허우적거리는 시대에 진정 유익한 것은 부정적 태도와 좌절과 비판보다는 앞날을 긍정하는 희망적인 의식에로의 가치 변화였다. 인간이 서로 사랑하며 그들의 삶이 더욱 풍성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은 것이다. “ (작업일기-김용철)
김용철의 80년대 작품과 현재 작품의 차이는 시대적 변화와 개인적 성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 초, 그의 작업은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불만을 강렬하게 표현한 말풍선 드로잉을 중심으로 분노와 절망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작품은 그와는 달리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울 2025 말풍선>과 같은 대형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이제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평화를 강조하며, 전통적인 한국의 미와 현대적인 대중 문화를 결합하여 밝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김용철의 작품 세계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발전하며, 이제는 그가 겪었던 사회적 혼란을 넘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변해왔고 또한 그가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포용하며,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확장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위 내용은 전시 소개 자료에서 발췌하였습니다. The above is an excerpt from the exhibit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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